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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어떻게 시작됐나

2002년 겨울에 시작된 이 게임은, 불과 넉 달 만에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열풍은 제도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2002년 12월, 첫 추첨

로또 6/45의 첫 추첨은 2002년 12월 7일에 있었습니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히는 방식, 지금과 똑같습니다.

다만 지금과 크게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한 게임 가격이 2,000원이었고, 무엇보다 이월 횟수에 제한이 없었습니다.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그 당첨금이 다음 회차로 계속 넘어갔던 것이죠.

이 두 번째 규칙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당첨금

공교롭게도 첫 회차부터 1등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첨금은 다음 주로 넘어갔습니다.

이월이 반복될수록 당첨금은 커졌고, 당첨금이 커지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사람이 몰리니 판매액이 늘고, 판매액이 늘자 당첨금은 더 커졌습니다.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구조였습니다.

2002년 로또 판매액은 208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03년 판매액은 3조 8,242억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1년 만에 180배가 넘게 커진 것입니다.

2003년 4월, 407억

정점은 2003년 4월 12일 제19회 추첨이었습니다.

직전 회차들에서 연달아 1등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월금이 쌓였고, 그 회차 판매액마저 폭발했습니다. 그날 나온 1등 당첨금은 407억 원이 넘었습니다. 당첨자는 단 한 명이었습니다.

407억 원은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최고 기록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깨지기 어렵습니다. 뒤에서 설명할 제도 변화 때문입니다.

당시 세법 기준으로 당첨자가 실제 손에 쥔 금액은 약 317억 원이었습니다. 지금의 세율(3억 초과분 33%)을 적용했다면 이보다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세금 구조조차 시대에 따라 달랐던 셈입니다.

다른 복권들의 몰락

로또 열풍은 기존 복권 시장을 통째로 무너뜨렸습니다.

그때까지 우리나라 복권은 주택복권, 체육복권, 기술복권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첨금이 미리 정해져 있는 방식이었죠. "1등 3억 원"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로또는 "잘하면 수백억"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정해진 금액과 무제한의 가능성, 사람들의 선택은 명확했습니다. 기존 복권들은 급격히 외면받았고, 결국 추첨식 복권은 연금복권으로, 즉석식 복권은 스피또로 통합되며 정리됩니다.

2004년, 브레이크가 걸리다

과열은 곧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일확천금"과 "사행성 조장" 논란이 거세졌고, 당국은 결국 제도를 손봅니다.

2004년 8월 1일부터 두 가지가 바뀌었습니다.

이 개편으로 당첨금 폭증의 고리가 끊겼습니다. 35억 원을 넘나들던 1등 평균 당첨금은 10억~20억 원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지금까지 대체로 그 범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 이제는 407억이 안 나오나
판매량이 커진 것도 이유입니다. 매주 수천만 게임이 팔리면 814만 개 조합 중 1등이 하나도 안 나올 확률은 극히 낮아집니다. 즉 이월 자체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이월 2회 제한까지 걸려 있으니,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구조가 사라진 것입니다.

2007년, 사행산업으로

2007년부터 로또를 포함한 복권은 사행산업으로 분류되어,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게 됩니다. 광고와 판매에 여러 제약이 붙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2018년 12월에는 복권 수탁사업자가 동행복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 쓰이던 '나눔로또'라는 이름도 이때 함께 바뀌었죠.

숫자로 보는 23년

항목내용
첫 추첨2002년 12월 7일
역대 최고 1등 당첨금약 407억 원 (2003년 4월)
역대 최저 1등 당첨금약 4억 1천만 원 (2013년 5월)
연평균 판매액 (2002~2024)약 3조 4,415억 원
2024년 판매액약 5조 9,562억 원

역사가 알려주는 것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407억이라는 신화적인 금액은 누군가의 뛰어난 번호 선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월이 무제한이던 시절, 우연히 1등이 몇 주간 나오지 않았던 제도와 운의 결과였습니다.

번호를 잘 골라서 407억을 받은 게 아니라, 그때 당첨됐기 때문에 407억이었던 것입니다. 로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결국 남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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